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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가 경쟁력] ① PC의 AS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는? 본문
PC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소비자들은 품질과 가격은 물론 AS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업체들도 이에 맞춰 애프터서비스(AS)의 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디어잇에서는 PC시장에서 AS가 선택의 기준이 된 배경과 업체들의 입장을 살펴보고, 소비자와 업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잇 최용석] 우리는 통상 물건을 구매할 때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 본다. 특히 같은 기능을 하는 비슷한 제품들이 여럿 있을 경우 더욱 자세히 따져보며 제품을 선택하는데 고민하게 된다. 같은 값이면 더 좋은 조건의 제품을, 같은 제품이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것은 소비자의 가장 기본적인 행동원리다.
선택의 기준은 다양하다. 제품의 제조사, 즉 ‘브랜드’가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으며, 품질이나 디자인을 보고 선택할 수 있다. AS 역시 중요하다. 구매한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사용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리나 교환 등의 보상을 제대로 받아야만 손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AS가 유난히 제품 선택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PC 시장이다.
일반 가전제품과는 다른 PC만의 독특한 시장 상황
PC는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여러가지의 세분화된 부품이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제품이다. 최소 구성만으로도 CPU와 메인보드, 메모리,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또는 SSD(Solid State Drive), 케이스, 파워서플라이 등의 부품이 필요하며, 사양에 따라 별도의 그래픽카드나 사운드카드, ODD(광학드라이브) 등이 추가된다.
PC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IBM이 개인용 PC 아키텍처를 공개한 이후 모든 PC 부품들은 정해진 규격에 맞춰 ‘모듈’의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그 전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조립 PC’라는 말이 생긴 것도 부품만 사서 조립하면 PC를 만들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완제품 형태로 판매되는 브랜드 PC도 사정은 똑같다.
▲ PC는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여러 개의 '부품'이 조립되어 완성된다. (사진=다나와)
초창기 PC는 정해진 규격에 따라 만든다 하더라도 제조사의 노하우에 따라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 호환성 등의 편차가 꽤 있었다. 당시에는 PC의 부품을 구성할 때 주로 ‘브랜드’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성능이나 기능, 호환성 등이 좋은 제품들을 내놓는 제조사는 ‘명품 브랜드’로 통했으며, 경쟁 제품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PC 관련 제조기술도 상향평준화 되고, 각 부품별로 제각각이었던 규격도 전담기관이나 핵심 주관사가 형성되면서 체계화돼 품질 격차나 호환성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 특히 제품간 편차가 심했던 외장형 그래픽카드 분야에서도 AMD와 엔비디아 등의 GPU제조사가 직접 ‘기준’인 레퍼런스 규격을 공개함에 따라 편차 문제도 거의 없어졌다.
즉 핵심 부품이 동일하면 기능과 성능이 거의 동일한 상황이 되면서 제조사나 ‘브랜드’가 PC관련 제품 선택의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왕년의 ‘명품 브랜드’였던 제조사들이 대거 정리되거나 사라진 것도 PC관련 제품들의 전체적인 상향평준화와 때를 같이 하고 있다.
결정적인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한 ‘가격’
같은 부품을 사용해 기능과 성능이 거의 같다면 ‘가격’이 가장 큰 구매 결정요인이 되기 쉽다. 하지만 가격이 절대적인 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한 것은 소비자들이 ‘싼 가격’의 폐해를 제대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창 PC시장이 활성화되던 시절 터졌던 IMF사태와 수 차례의 금융위기가 연이어 닥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또한 크게 위축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왕이면 싼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었으며, 때마침 등장한 ‘가격비교 사이트’로 인해 실시간으로 가격 정보가 공개되면서 ‘최저 가격’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문제는 그런 ‘저렴한 제품’들의 품질이 영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격’에 맞춰 제품을 만들다 보니 저질의 부품을 사용하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열악한 설비의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며,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능을 빼버리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했다. 낮은 단계의 제품을 상위 제품으로 사양을 뻥튀기해 판매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지금도 ‘뻥 파워’로 회자되는 파워서플라이 시장과 LCD 모니터 시장이었다.
그런 저질 제품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정당한 사후 서비스를 받을 시도조차 제대로 못했다. 저가의 저질 제품 공급 업체들은 치고 빠지는 식의 영업으로 하루에도 수 십 개씩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상황이었으며,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즈음에는 AS를 신청할 업체 자체가 없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만 싼 저질부품으로 인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손해본 소비자들은 가격보다는 제품을 믿고 살 수 있는 ‘신뢰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어려운 경쟁에서 살아남은 정상적인 업체들도 보통 1년인 AS 기간을 2년, 3년 하는 식으로 늘려나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이제는 AS의 ‘질’을 따져서 제품을 고르는 시대
2010년대에 들어 AS 보증기간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도 중요해지는 추세다. 다수의 커뮤니티와 다양한 종류의 SNS가 활성화되면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AS 체험기를 직접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평가와 입소문은 해당 제조사의 ‘신뢰도’를 파악하기 위한 척도로 작용하게 됐다.
때문에 무명에 가까운 브랜드에 제품의 질이 조금 떨어져도 성실한 AS를 제공하면 ‘믿을만한 업체’ ‘성실한 업체’ 등으로 소문이 나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게 된다. 반면 아무리 유명 브랜드에 제품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AS가 형편없으면 ‘믿을 수 없는 업체’ ‘개념 없는 업체’ 등의 낙인이 찍히면서 하루아침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려버린다.
▲ 소비자들이 AS 경험을 공유하는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AS 후기' 게시판
따라서 용산을 중심으로 한 PC 시장은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 신경씀은 물론 ‘우수한 AS’를 제공하는데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간소하나마 방문 고객들을 위한 ‘고객 센터’ 개설은 기본이며, 홈페이지가 아닌 가격비교사이트의 제품정보 페이지에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문의에 일일이 댓글로 답변을 달기도 한다.
일부 업체는 자사 제품 구매자를 대상으로 ‘VIP 서비스’란 명목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는 등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물론 AS를 중시하는 모습은 비단 PC 시장만의 일은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애플이 국내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불성실한 AS 정책인 것은 이미 유명한 사례다.
하지만 유독 PC 시장에서 ‘서비스의 질’을 따지고 드는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 소비자들이 철저한 사후 서비스 부재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대두로 PC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최근 들어 회복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평도 있지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쌀쌀하다.
하지만 제품간 품질과 기능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나 업체들이 내세울만한 차별화 전략의 수도 덩달아 줄었다. 앞으로도 AS의 질이 중요한 선택기준으로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용석 기자 rpc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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