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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핀 국화꽃 한송이의 힘...

dev@mndsystem 2010. 11. 4. 14:31
난 꽃에 대해선 참으로 문외한이다.. 그저 차창가나 방너머로 보는 꽃들에 대해서도 어찌나 무관심한지 꽃이 질때쯤에야 '언제 피었지?'..'벌써 져버리네..'이러고 만다.
그렇게 극심한 무관심속에서도 꽃은 언제나 제 몸을 아끼지 않고 피고..지고..그렇게 해갈이를 한다...

작년에 어머니가 국화꽃을 가지를 쳐서 정리하는걸 본듯하다.
그리고 그 쳐낸 가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담벼락에 손바닥너비간격으로 땅에 꼽으셨다.
어머니가 왜 쓰지도 못할 꽃가지를 저렇게 꽂으실까..궁금하기도 하고 어른이지만 한심한맘이 번갈아 가며 ..그것마저도 가벼운 바람처럼 날리어 사라졌다.
그런데 그리도 무덥고 메마르던 여름이 넘어가고 매섭고 쌀쌀한 기운이 돌때쯤 정말이지 신기한일이 벌어졌다.
그 담벼락에 꽂혀있던 가지에서 잎이 힘을 얻더니 그리곤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20가지도 넘게 꽂혔던듯싶지만 그래도 그중에 반은 땅에 뿌리를 내려 살아났던것이다.
그 순간 중고등학교때 줄창 시험에 나왔던 서정주시인의 '국화옆에서'가 스치듯 생각났다.
그땐 그냥 시험에 나와서 그리 왜웠건만...
그렇게 강인한 생명력의 의미를 14년이 지난 지금에야 느끼게되다니..
2010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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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4일(한 가지에서 저리도 소복한 국화꽃이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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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은이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