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없는 시대로…‘와이파이 다이렉트’의 진화

[미디어잇 노동균] 무선인터넷의 대중화를 얘기할 때 와이파이는 빼놓을 수 없는 기술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 수년간 LTE와 같은 무선통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에게는 여전히 ‘무선인터넷=와이파이’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와이파이 관련 기술 표준 인증 단체인 와이파이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약 20억 대의 와이파이 지원 기기들이 시장에 공급됐다. 와이파이 지원 제품도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등을 넘어 TV, 게임기, 카메라 등 가전제품으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기본적으로 와이파이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액세스 포인트(AP)가 형성하는 망에 특정 기기가 위치해 있고, 요청 시 진입이 허용되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유무선공유기를 통해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이러한 AP에 의존하지 않고 와이파이 기기들끼리 직접 연결되는 ‘와이파이 다이렉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와이파이 얼라이언스가 지난 2010년 처음 선보인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와이파이 P2P(Peer-to-Peer)’라는 기술 규격을 기반으로 인증을 받은 기기에 부여된다. 발표 초기에는 보급이 더디게 진행됐으나,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추세다.

 

▲와이파이 및 와이파이 다이렉트 탑재 기기 출하량 전망(자료= ABI리서치, 와이파이 얼라이언스)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현재 기기 간 무선통신 기술로 많이 활용되는 블루투스보다 속도와 전송거리 면에서 월등하다는 점이 부각된다. 평균 150Mbps에서 이론상 최대 3000Mbps의 속도를 지원하며, 통신거리 또한 최대 200m까지 도달 가능하다. 간단한 신호만 주고받는 경우는 물론이고,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는데도 유용하다.

 

기기 간 연결은 블루투스와 비슷하다.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능을 켜면 주변에 와이파이 다이렉트가 활성화된 기기를 검색한다. 연결하려는 기기를 선택하면 상대편 기기에 연결 요청 메시지가 뜨고, 승인하면 두 기기 간 연결이 완료된다.

 

최근에는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통해 1:1 연결뿐 아니라, 1:다수의 연결이 가능하도록 개선된 기술이 적용되기도 했다. 2대 이상의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기들 사이에 연결 생성 시 자동적으로 그룹을 생성하고, 이 그룹에 다른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기를 초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번 만들어진 그룹은 이후 영역 내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탐지해 연결할 수도 있다.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기 간 그룹 생성 및 신규 기기 초대 개념도(자료= 와이파이 얼라이언스)

 

와이파이 다이렉트 지원 기기가 다양해지면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무궁무진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스크린 미러링 서비스 ‘미라캐스트(Miracast)’를 활용해 스마트폰에서 직접 TV와 같은 대형 디스플레이로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케이블은 물론, 크롬캐스트와 같은 별도의 장비 도움없이 연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TV뿐 아니라 어떤 디스플레이 기기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와이파이 얼라이언스가 홈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을 위한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상호연동성 가이드라인을 위한 와이파이 다이렉트 지원을 확대함에 따라 DLNA 지원 가전기기와의 연결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이는 기기마다 별도의 플러그인을 설치하거나 호환성 설정을 해줘야 하는 불편함 없이 인증 받은 DLNA 기기 간에는 와이파이 다이렉트 탐색에서 연결, 연동이 한 번의 실행으로 손쉽게 이뤄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사물인터넷(IoT)이 최근 IT 업계의 메가트렌드로 제시되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스마트 홈의 비전과도 여러 측면에서 일치한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특히 기기들이 직접 통신을 주고받기 때문에 외부망과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유입 가능한 보안 위협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아직까지는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기들이 스마트폰 등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탓에 제조사와 운영체제별로 일부 호환되지 않는 경우도 없지 않다. 향후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적용한 기기들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서드파티 앱을 통해 보다 다양한 활용예가 발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